우주의 나이는 몇 살 정도일까? 우주는 움직이지 않으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에는 우주의 나이를 생각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나이를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빅뱅 우주론’이다. 즉 지금의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유한의 시간’에서 우주가 한 점에 모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계산해 낸 시간이 우주의 나이인 셈이다.
우주의 나이를 결정하려면 먼저 현재 우주의 팽창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 팽창 속도는 천체의 도플러 효과를 조사하면 알 수 있으므로 비교적 쉽다. 그러나 속도는 천체까지의 거리에 비례하므로,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우주의 나이를 구할 수 없다. 그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천문학자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우주에 물질의 양이 많으면 결국 중력이 팽창을 이겨서, 어딘가의 시점에서 반전해 수축으로 바뀌는 일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우주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을 포함해) 얼마만큼의 질량이 있느냐에 따라 나이도 달라진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가 뒤얽혀 20세기 후반에는 우주의 나이가 100억~150억 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금세기에 들어와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이라고 아주 정확하게 정해졌다. 우주 배경 복사의 요동을 살피는, 이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정밀하게 우주 모델과 그 나이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주 배경 복사는 우주가 맑게 갠, 우주 탄생 시점에서 30만년 뒤의 우주의 모습이다.
요동의 존재는 우주 초기의 급격한 팽창을 시사한다. 팽창 속도가 느리면 물질 밀도가 균일해지지만, 팽창이 급격하면 그 여유가 없는 채 공간이 잡아 당겨지기 때문이다. 요동의 분포는 우주에 있는 물질의 양과 우주를 팽창시키려 하는 에너지, 우주의 공간 곡률등에 의존하고 있어, 우주 모델과 나이를 동시에 결정할 수 있다.
WMAP라는 우주 배경 복사 관측 위성의 관측결과, 우리 우주는 평탄하며 우주의 에너지 가운데 70%는 팽창에 주어지는 진공 에너지, 26%가 암흑물질, 나머지4%가 별이나 지구를 만드는 보통 물질이라는 사실이 137억 년이라는 나이와 동시에 알려졌다.
-출처 뉴턴 200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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